아들.
차승원, 류덕환.
영화 홍보 포스터를 보고 한번 봐야겠다고 생각했던 거라,
개봉한지 이틀만에 영화관을 찾았다.
기대했던 영화였던지라,
솔직히 약간의 실망도 있었지만
뭐, 나름대로 반전도 있었고
만족할 만한 영화였던 거 같다.
이 영화는 무기수 아버지를 15년만에 만나게 된 사춘기 아들,
이 둘에 대한 이야기다.
간단하게 설명하자면 그렇지만,
사실 그 안에는 참 복잡한 마음들이 있다.
15년만에 처음 만나는 아들을 만나는 아버지,
그렇지만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
그리고 무기수라는 꼬리표.
아들을 만난다는 것에 설레이기도 하지만,
아들이 자신을 싫어할까봐 걱정이 되기도 한다.
15년만에 처음 아버지를 만나는 아들,
고작 단 하루동안,
자신은 어떤 얼굴로 아버지를 만나야 할까 혼란스럽다.
나의 아버지이면서,
무기수.
....
이들에게는 하루의 시간은 무척이나 짧기만하다.
그래서 그 하루가 무척이나 소중한 것이기도 하고.
강식은
15년만에 바깥공기를 맡아보고,
처음으로 자신이 지내던 교도소를 보게 되었고,
그리고 15년만에 어머니를 뵙게 되었고,
자신의 아들을 만나게 되었다.
집에 들어왔지만,
그토록 만나고 싶었던 아들은 아직 학교 수업이 끝나질 않았다.
하루란 시간이 너무 짧았기에,
그렇게 기다리기엔 너무 아까워서,
감시로 함께 나온 경찰에게 부탁을 하게 된다.
학교앞에서 아들을 기다리며,
혹시나 자신을 못 알아볼까봐 박스에 '아들! 아빠다'
라고 적고는 교문 밖을 나올 아들을 기다리는 강식의 모습이,
너무 찡했다.
머뭇 머뭇 거리며 강식에게 다가가는 준석.
솔직히 둘이 만나면 어떤 모습일지 영화를 보며 상상을 해봤었는데,
내가 상상했던 거랑은 조금은 달랐다.
그래도 포옹할 줄 알았는데,
둘 다 쭈뼛쭈뼛하고, 준석은 강식의 얼굴도 제대로
바라보질 않는 걸 보면서
참 누구 편을 들어줘야 하나 고민이 될 만큼,
둘의 마음이 보여서 마음이 아팠다.
영화는 내내 내 마음을 아프게 하고, 속상하게 만들었다.
준석은 조금씩 다가서려는 강식에게 상처주는 말만 하고,
강식을 제대로 보려 하지도 않고,
그렇게 흘러가는 시간에 강식을 자꾸만 초조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중간중간에 나오는 강식과 준석의 나레이션은
솔직히 썩 마음에 들진 않았다.
굳이 그렇게까지 나레이션을 넣지 않아도,
그들의 표정과 눈빛에서도 충분히 짐작 할 수 있었는데 말이다.
그런 과정에서,
제일 슬프고 마음 아팠던 장면은
준석이가 강식에게 눈이 무섭다고 해서
강식의 마음을 아프게 했던 장면이었다.
준석의 그 말에 강식은 화장실에서 눈물을 흘리면서 자신의 무서운 눈을 탓하고 또 탓한다.
아무리 웃고 웃어봐도 자신의 무서운 눈은 그대로라고 서글퍼한다.
괜히 준석이가 미웠다.
아무리 아버지가 무기수라는 범죄자지만,
아들 앞에서는 그냥 한사람의 평범한 아버지이고 싶을 텐데,
이러니 저러니 해도 자신의 아버지인데,
어쩜 저렇게 못 되게 구는지...
그렇다고 준석이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것도 아니었지만.
그래도 다행스러운건,
서로에게 무관심 하지 않다는 거.
잠을 자기엔 너무도 아까운 시간 탓에,
둘은 쉽게 불을 끄지도 못 하고,
불을 끄고서도 잠에 들지도 못 하고,
있는 모습에서도 피식 괜히 웃음이 났었다.
그리고 둘은 감시 경찰 몰래 밖을 나가기로 한다.
솔직히 감시 경찰 몰래는 아니었지만.
어쨌든,
둘은 집을 벗어나자 마자 숨이 턱까지 차오를 만큼 달리고 또 달리는데
솔직히 지금도 그 장면은 아직도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왜 굳이 달려야 했을까.
그렇게 달리다가 준석의 여자친구를 보여준다는 소리에,
그 여자친구의 집까지 찾아가고
외국에 나가계시다는 거짓말을 한 준석을 위해
어설픈 영어를 하는 강식의 모습에서 따뜻한 부정을 느꼈다.
영화는 점점 끝을 향해가면서,
강식과 준석도 점점 더 가까워진다.
만약 하루가 아닌 이틀의 시간이 주어졌더라면,
두 사람은 조금 더 서로를 잘 이해 할 수 있었지 않을까 하는 그런 생각도 들만큼
하루라는 시간은 강식에게도 준석에게도,
또 영화를 보는 나에게도 너무 짧기만 했다.
그래도
이렇게라도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진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느새 하루라는 주어진 시간이 끝나고 헤어질 시간이 다가왔다.
영화도 이제 끝이 보이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아버지 강식의 손을 잡는 준석.
그 손을 느끼며 갑자기 눈물을 흘리는 강식.
그리고 의외의 반전.
그런 반전은 설마 생각지도 못 했었는데.
어찌됐는 영화는 따뜻하게 끝이난다.
이제는 배우 차승원이 무척 잘 어울릴만큼,
연기를 잘 하는 차승원의 눈물연기가 참 괜찮았던 거 같다.
류덕환이야, 어릴 때 부터 연기를 해왔으니 말 하지 않아도 캐릭터를 잘 소화해냈고.
두 사람의 연기가 너무나 따뜻했던 영화 '아들'이었다.
2007.09.08. 01:53
작성한 글을 옮겨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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