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태광
미리 말하자면 난 후아유의 세 배우들 팬 아니었어.
그래서 처음에 캐스팅 떴을 때, 괜찮을까? 생각도 했었고.
은비배우야, 아역부터 연기해왔으니 걱정이 안들었었지만
남자배우들이 사실 걱정이 많이 됐었지.
원래 학원물을 좋아하기도 했고, 호기심에 1화를 본방사수했어.
작년 말부터 올해에도 본의 아니게 K방송사 월화 드라마를 쭉 이어서 보고 있었거든.
근데 1편의 은비 왕따 당하는 장면이 상당히 불편하더라구.
물론 현실에서는 저거 보다 더할지라도 막상 방송으로 마주하니 불편했어.
좀 많이 독해서.
마음 아파서 더 못 보겠다 싶어서 부모님이 타드라마 보시기에 난 그냥 안 봤었는데..
우연히 케이블에서 4회를 재방하길래 보게 됐어.
그 때 나온 장면이, 하필 태광이가 나오는 부분이었어.
태광이가 도우미 아줌마한테 '아뇨! 아줌마가 해주는 건 다 맛있는데요 뭐.' 하면서 너무 익숙한 모습으로 돌아서는 장면.
어라? 하면서 집중하면서 보게 됐는데...
왠걸, 너무 아픈 캐릭터더라.
생일날, 부모님의 적나라한 모습과 마주하고 자신의 존재가 실수고 벌이라는 상처를 가슴 깊이 갖게 된.
태광이 아빠가 태광이에게 너무 잔인하더라.
자식을 벌이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싶었고.
자신을 키우는게 벌이라고 말하는 아빠의 말을 들은 태광이는 얼마나 아팠을까,
솔직히 도무지 상상이 안 가더라.
내가 사랑하는 울 아빠가 나한테 그런 말을 한다?
생각도 하고 싶지 않아.
모든게 무너져 내릴 것 같거든.
내가 왜 태어났을까 싶을거 같고.
그리고 10년 후, 태광의 생일은 혼자 밥을 먹어.
생일날에도 혼자 밥먹는 태광이 안쓰러워 말을 건네는 아줌마에게도 자기는 그런거 없다며
아줌마가 해주는 건 다 맛있다 했던 태광이 미역국만 밀어내.
그 때부터 나는 태광맘이 되어 드라마의 스토리와는 상관없이
오로지 공태광이라는 캐릭터 하나 때문에 드라마를 보기 시작했어.
난 태광이의 저 모습이 12회차까지 이어져 오는 내내 마음에 그렇게 걸릴 수가 없더라.
태어난 걸 축복받아야 할 날에, 그런 말을 들은 태광이.
자신의 생일조차 제대로 축하받지 못 하는 태광이의 그 모습들이 말이야.
그래서인지 태광이의
'뭘 보고 뭘 듣고 자라야 아들이 이따위로 크는지.'
라는 말이 지금까지 보고 들었던 드라마의 대사 중에서 손가락에 꼽을만큼 아픈대사였어.
아무튼 그런 태광이의 모습에 쭉 이끌려서 지금까지 이렇게 지켜보자니,
이녀석은 자신은 상처투성이인 주제에 마음을 준 상대에게는 '그냥' 과 '무조건' 밖에 없더라.
그런 태광이에게 한 번쯤은 은비가 웃으면서 생일을 축하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어.
은비는 태광이에게 유일하게 그냥과 무조건인 사람이니까.
그래서 태광이의 생일이 더는 태광이에게 아픔이지 않았으면 좋겠어.
문득,
태광이에게 너무 깊게 이입이 되서인지 마음이 좀 그러네.
난 그냥 태광이가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다른 또래 아이들처럼.
많이 웃고, 많은 걸 느끼면서.
꿈도 꾸고, 하고 싶은 일도 많이 생겨서 어떤 것 부터 할지 고민도 하고.
그렇게 무조건 태광이가 행복하길 바랄뿐이야.
p.s
4회부터 태광이의 이야기가 시작되는 회차라
태광이의 상처, 아픔 같은 서사가 드러나기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공태광은 이런 캐릭터구나 하고 한방에 이해가 되었어.
근데
그 이면엔 배우가 연기를 참 잘해줬다는 생각이 들더라.
눈빛부터 톤까지,
디테일한 감정표현까지.
육성재라는 아이돌이 저렇게까지 연기를 잘 할줄 생각도 못했는데.
진짜 잘하더라.
아이돌이라기 보단 정말 신인배우였어.
캐릭터는 작가가 만들어 냈을지라도
그걸 완성하는 건 배우몫이라 생각하는 평소의 내 지론이
완벽하게 맞아떨어지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
육성재는 공태광의 눈빛과 감정으로 나를 설득시켰고, 사로잡았어.
이건 나뿐만 아니라 후아유를 본 시청자들만 봐도 알 수 있는 것 같고.
반응이 뜨거운 걸 보면 말이지.
공태광이라는 캐릭터와 배우 육성재까지
보석을 발견한 기분이야.
짤 출처 - 후아유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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