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태광
나한테 태광이가 가장 아팠던 회차가 12회였어.
태광맘들 한테는 다 그랬을지도.
아빠와의 갈등이 제일 크기도 했고,
엄마의 재혼이 있기도 했고.
태광이는 보건실에서 처음 은비와 비밀을 나눌때, 엄마의 결혼기사를 보고 있었잖아.
난 사실, 이해가 잘 안됐었어.
엄마와 태광이가 서로 연락도 안 하고 지낸다는게.
그래서 그게 태광이가 엄마 또한 미워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고 생각을 잠깐 하기도 했었는데,
'혹시 아버지랑 살면 다 이렇게 되는 거 아니구요?'
라면서 아빠와 싸웠던 걸 떠올려보면 그건 또 아니었지.
근데 그런 내 생각을 완전히 바뀌게 해준 장면이
엄마한테 망설이다가 전화를 거는 장면.
그 장면에서 알았어.
사실은 엄마가 그리웠구나. 그리웠지만 참은거구나.
참고 또 참았던거구나.
엄마라고 말도 제대로 못하고, 이야기 좀 하자는 엄마의 말에도
그냥 전화를 끊어버리던 태광이의 모습이 너무 아팠어.
얼마나 참았을까 싶기도 하고, 얼마나 보고싶을까 싶기도 하고.
그렇게 태광인 단정하고 멋진 모습으로 엄마의 3번째 결혼식을 가.
그리웠던 엄마를 보러.
엄마의 웃는 모습을 그냥 보기만 해.
다가가서 '엄마' 라고 불러보지도 않고 그냥 보기만.
주먹을 꼭 쥐고 눈물을 참고, 하고 싶던 많은 말들을 삼키고,
엄마에게 웃어 보여.
눈이 마주친 엄마도 태광이도 서로에게 다가가진 않아도 그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웃어 보이더라. 그 안엔 참 많은 말들을 삼킨 눈빛만 주고 받으면서.
새벽에 썼던 태광이 생일이란 글에서,
태광인 한 번 마음 준 사람에게는 '그냥'과 '무조건' 밖에 없더라구 했었잖아.
그건 엄마에게도 마찬가지였어.
아무 말 없이 엄마를 보는 모습에서 태광인 엄마가 행복하길 바랬던 것 같아.
자기 때문에 아파하지도 말고 무조건 행복하기를.
태광인 그런 아이였지.
자신도 상처투성이면서 은비 곁을 지켜주고 아파하지 않기를 원하던.
어떻게 보면 참 바보같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데.
근데 또 태광이라면 그럴거 같다는게 고개가 나도 모르게 끄덕여지더라.
그런 마음을 안고, 태광이는 또 아버지에게도 위로를 건네.
그렇게 미워하는 아버지면서도 아버지 마음을 챙기는 태광이에게
오히려 상처주는 태광이 아버지가 내가 다 너무너무 미울만큼,
상처를 주더라. 잔인하게.
그렇게 집을 나온 태광이가 온 곳은 은비네 집 앞이었어.
전화도 않고 집 앞에서 혹시나 은비를 볼까 서성거리는 태광이.
그러다가 돌아가려는데, 집으로 돌아오던 은비와 마주쳤어.
왜 그냥 가려고 하냐면서 태광이에게 다가오는 은비.
그런 은비한테 괜히 지나가는 길이었다고 말하는 태광이는
은비를 빤히 보기만 해.
은비를 빤히 보는 태광이 눈빛에 나도 모르게 울컥하더라.
태광이가 위로가 필요했구나 싶어서.
그 위로가 은비였구나 싶어서.
'보고 있는데 뭘 생각 하냐. 안 볼 때나 하는 거지.'
자신을 빤히 보는 태광이의 눈빛이 어색한 은비가
무슨 생각하냐고 물으니 저렇게 말하는 태광이.
저 말을 하는데, 난 엄마의 결혼식에서도 아무말 안하고 엄마를 보기만 했던 태광이 모습이 같이 떠오르더라.
그런 마음으로 태광이가 엄마를 보고 있었구나.
그래서 아무 말도 안했었구나 싶어서.
'알아. 니가 무슨 말 할지.
그래서 내가 할 말이 아무 소용없다는 것도 알아.
근데, 그래도... 니가 좋아, 나는.'
무언가 거절의 말을 꺼내려 한다는 것을 눈치챘음에도 이어지는 태광이의 고백.
그래도 니가 좋다고 말하는 태광이때문에
난 사실 눈물이 났어.
그래도 니가 좋다고 말하는 태광이가 너무 많이 아팠어.
뻔히 알면서도, 니가 좋다고 말하는 태광이가 얼마나 아플지 느껴져서
내가 대신 울고 싶어졌달까.
그냥 눈물이 나더라 나도 모르게.
미안하다고 말하면서 들어가려는 은비를 붙잡아 당겨서 안는 태광이가 나는 너무 애처로웠어.
하루가 너무 길었던 태광이었는데,
누구보다 위로가 절실했던 태광이었는데,
은비가 보고싶었던 태광이었는데.
벗어나려는 은비를 다시 안으면서 태광이가
'안다고.. 다 아니까 잠시만.'
이라고 말하는데 저 말에서 알았어.
태광인 위로도 필요했고, 따뜻함이 필요했던거였지.
은비의 따뜻함이 잠시 곁에 머물러주기를 바랬던거였지.
또라이 공태광이 아니라 그냥 공태광, 상처 많은 공태광을 봐준 은비의 그 따뜻함...
그게 필요해서 은비한테 왔던 거구나 싶더라구.
생각해보면 태광인 늘 아픈 아이였잖아.
자신을 죄로, 벌로 여기는 아버지.
자신만 남겨놓고 가버린 엄마.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감싸주지도 않았는데
유일하게 은비가 알아줬고, 그냥 공태광으로 봐줬잖아.
고백한다고 해서 달라지지 않을 것도, 은비 마음이 어떤지도 알면서
그래도 니가 좋다는 말을 건네는 태광이가 기특하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18살이잖아. 태광이도.
나의 18살은 저런 아픔없이 그냥 내 미래에 대한 고민이 전부였는데,
태광인 너무 많은 아픔을 가지고 있어서 더 안타깝고 안쓰럽고 그런거 같아.
뭐, 태광맘 마음은 다 똑같았겠지만.
이래저래 드라마가 끝나가니 더 센치해지나봐.
거기다 술도 한잔 했더니.
더 절절해지는 듯.
18살의 공태광에게 너무 많이 감정이입되서 사실 오래 갈 것 같아.
후유증이.
그냥 센치해져서 쓴 글이니까 좋게 좋게 봐주길.
글도 길어졌지만.
긴 글 읽어줘서 고맙고 미안.
나도 태광이가 은비에게 '그냥'이고 '무조건' 이듯이,
태광이에게 '그냥' 이고 '무조건' 이라 꼭 행복해졌으면 좋겠어.
그 행복 안에 은비도, 아버지도, 아직은 없는 태광이의 꿈도 모두 함께 했으면 좋겠다.
난 태광이가 행복하게 많이 웃을 수 있기를 바랄 뿐이야.
p.s
마지막이 다 와가서 더 간절히 바라게 돼.
태광이가 행복하기를. 언제나 웃을 수 있기를.
그나저나 태광이를 연기해준 비투비의 육성재는 감정연기가 너무 좋은 듯.
그래도 니가 좋아 난 이라는 대사 하나로
나도 따라 깊이 몰입해서 눈물이 날 만큼 슬퍼지게 만드는 감성이 최고였다.
보다보면 가끔 어색하다 거나, 부족한 게 없진 않지만
그건 어떻게 보면 연기 스킬이라던가 경험?
그런 것의 문제라 분명 앞으로 훨씬 더 좋아질 것이다.
나이도 21살에, 필모를 보면 연기한 작품도 많지 않은데
이만하면 정말 연기 잘 하는거다.
아이돌이거나 신인 배우거나 그런 걸 떠나서,
본질적으로는 연기 자체를 처음 하는 사람들은 다 똑같은 입장이니까.
그걸 잘 살리느냐 못 살리느냐는 전적으로 연기하는 사람의 몫.
근데 육성재는 그 몫을 너무 잘 해내주고 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들이 공태광에 열광하고,
공태광에 더 몰입하게 만드는 듯.
그래서
나도 자꾸만 태광이한테 몰입하게 된다.
짤 출처 - 후아유 갤러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