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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상속자들

영도의 첫사랑

 

 

 

 

 

 

 

 

 

 

 

 

 

 

 

 

 

 

 

 

 

 

 

망설이다 망설이다 몇번을 망설이다 16회를 복습했지.

첫번째 두번째 복습 때 너무 탄과 은상이 닥빙이라 감정이 너무 많이 소모되더라구.

마지막에 은상이가 오열하고, 탄이가 울며 끝났을 땐.

진짜 내 마음이 죽을 것 같았어.

 

 

 

그러다 이번 복습 때는 영도 닥빙으로 봤어.

내가 사실 복습을 할 때 마다 탄이, 은상이, 영도 이렇게 세명의 감정선 따라 닥빙해서 보는 편이거든.

근데 영도도 만만치않게 짠내나는 녀석이라 이녀석도 마음이 먹먹해서

이 마음을 표현 해보려고 해. 좀 길지도 모르겠어.

 

 

 

 

 

 

처음 등장부터 강렬했고, 폭력적이었지.

난 영도가 처음부터 안쓰러웠어.

아빠는 폭력적이고 비겁한 방법을 가르쳐주면서 무조건 이기라고 하지.

따뜻하게 감싸주는 엄마는 도망갔지.

영도에겐 탄이 엄마처럼 자신을 위할 사람이 아무도 없었어.

그래서 외로움을, 상처를 전부 폭력으로 토해냈던 거라고 생각해.

 

 

18살이라고 면죄부가 될 수는 없지만 이유는 될 수 있다고 생각해.

18살때, 나는 내가 어른이라고 생각했어.

근데 실상은 여전히 어린 아이더라구.

원이가 말했던 것 처럼 부모 동의 없으면 할 수 있는게 별로 없는 그런 나이.

 

 

영도는 아직 덜 자란 아이였어.

관심이 생긴 여자애와 관심을 가져주길 바라는 옛친구.

그런데 두 사람이 아는 사이인거 같은데다가 옛친구가 무조건적으로 감싸주고 보호하려 해.

덜 자라고 삐뚫어져 있는 영도는 샘나서 괴롭히기 시작해.

약점을 잡아서 괴롭히고, 다른 사람 엮어서 괴롭히고.

그 모든 과정들이 결국 제 발등 찍는 다는 걸 알기엔 어렸지.

그래서 은상이를 좋아하게 됐다는 걸 깨닫고 난 뒤에서 은상이의 관심을 끌려고 괴롭히지.

은상의 약점을 쥐고 곤란하게 만들어.

그래야 은상이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니까.

 


그리고 은상에게 말해.

 

 

 

'내 질문에 대답하지 말라고. 니가 답을 주면. 더이상 물을 수가 없잖아.'

 

 

 

그동안 은상에게 했던 무수한 질문들, 그게 다 은상의 약점이고 괴롭히는 것 처럼 보이던 그 모든 것들이

사실은 은상에게 맴돌기 위한 수단이었다는 걸 알았을 땐 영도가 너무 안쓰러웠어.

여전히 자라지 못해 그 자리에서 있는 영도가 너무 아팠던 말이었지.

진짜 김탄 좋아하냐며 은상이의 대답을 듣고는 눈물을 글썽이며 돌아서는 그 모습이 애처로웠어.

천천히 터덜터덜 걸어가는 그 뒷모습이 너무 슬펐으니까.

 

 

어쩌면 그 정도가 지나쳤을지도 몰라.

그렇지만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잖아.

사랑 주는 법도, 받는 법도.

길을 잃었는데, 아무도 방향을 제시해 주지 않았지.

 

 

그런데 은상이가 따뜻하게 괜찮았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해줘.

너도 이제 고작 열여덟이더라면서 따뜻한 위로을 건네줘.

그런 위로는 영도에겐 두번째였어.

탄에게서 처음 받은 위로를 자기 손으로 뭉개버렸던 그 때와 은상이의 위로.

영도는 탄과 떨어져 있는 동안 후회했기 때문에 은상이의 위로에 그렇게도 많이 흔들렸던게 아닐까.

그런 따뜻함, 그동안 받아본 적이 없었으니까.

 

 

은상인 그런 영도의 모습을 알아본 것 같아.

자기 이야기 하는게 서툴고 따뜻함이 서툴다고.

뭘 혼자 먹어도 안 이상해 보이는 편의점에서 무언가를 먹고 있는 영도의 모습에서 외로움을 봐준거 같아.

 


그래서 영도를 더이상 경계하지 않고, 친구라고 받아들여주지.

혼자 앉아 점심을 먹고 있는 영도에게 맞은편에 마주 앉아 맛있게 먹으라고 인사해주며 친구로 생각하기 시작해.

물론, 영도는 절대 마음에 들지 않지만.

다 알고 있어 영도도. 은상이가 누굴 좋아하는지, 은상이가 누구 때문에 우는지, 은상이가 누구 때문에 웃는지.

다만, 알지만 알면서도 멈출 수가 없는거지.

좋아하는 마음을.

흑기사도 되어주고, 빚을 얹어주고. 그렇게라도 얼굴 한번이라도 더 보기를.

 

 


그래서 은상이가 준 밴드를 간직하고 있던 영도가 짠해.

밴드를 보면서 은상이를 떠올리고 그리워하고.

밴드를 보고 있는 영도에게 명수가 묻지 어디 다쳤냐고.

 

 

'모르겠다. 언제 다친게 아직 안 낫고 있는건지.'

 

 

영도 자신도 이미 알고 있어.

김탄과 차은상.

그 둘 사이엔 절대 틈이 없다는 걸.

은상이는 절대 자신에게 잡혀주지 않을거라는 걸.

알면서도 맴돌아.

아마 꽤 오래 갈지도 몰라.

후회도 많을거야. 괴롭히기도 했었고, 방법도 서툴렀으니까.

 

 

그런 영도의 아픈 짝사랑이라니.

은상이와 탄의 행복한 모습에 지진 난 눈빛으로 가는 영도가 너무 아팠어.

원래 첫사랑은 아픈 법이지만, 영도는 늘 아픔부터 배우는 것 같아 더 아팠어.

 

 

혹시나 마주칠까, 은상이가 사는 탄이네 집을 서성거리는 영도를 보면서 생각한건데

영도는 꽤나 진심으로, 꽤나 열성적으로 은상이를 좋아하더는 것 같더라구.

누군가의 집앞에서 오나 안오나 혹시 마주치진 않을까 서성거린다는 거, 순수하면서도 아픈 설레임이랄까.

나도 예전에 짝사랑할 때 그래봤거든.

같은 학교 남자애를 좋아했을 때, 그 아이가 자주 가는 공간에 나도 모르게 자주 가게 되고,

자꾸 보고 싶어서 여기저기 기웃대기도 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그 주변을 자꾸만 맴돌고.

내가 좋아하는 걸 알아줬으면 하면서도 자세히는 몰랐으면 하고.

그런 영도의 모습 보면서 옛날 그 시절의 내 모습이 문득 떠오르더라.

순수했지만, 아팠고, 슬펐던 첫사랑이자 짝사랑.

 

 


그렇게 돌아서는 영도가 은상이와 많이 마주쳤던 편의점을 들려.

편의점은 이제 은상이가 떠오르는 곳이니까.

물론 혹시나 하는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런데 은상이가 정말로 딱 있어.

춥고 쓸쓸하고 아파보이는 은상이의 가녀린 뒷모습이 보여.

속상하고 아프지만, 점퍼를 벗어 은상이의 어깨에 걸쳐주는 모습에서는 웃어보여.

그래도 은상이를 만났으니까.

은상이 앞에서만큼은 더는 안 좋은 모습은 보이고 싶지 않으니까.

 

 

편의점만큼은 영도만의 따뜻함이라고 생각해.

탄이와 싸우고 편의점 의자에 멍하니 앉아있던 영도의 모습에서 그 따뜻함을 기다리는 것 같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거든.

은상이에게 첫만남을 이야기 하는 영도의 모습이 참 편안해보였어.

항상 날 서있고, 상처가 가득한 눈으로 누군가에게 상처만 주던 영도가 은상이 앞에서 만큼은 편안하고 안정적이더라.

그래서 더 안타까운 사랑이지.

은상인 절대 영도에게 잡혀주지 않을테니까.

 

 


'원래 난 뭐든 나만 아는거 좋아해.'

 

 


그래서 탄의 비밀도 누구에게 말하지 않고 지금껏 지켜줬던거겠지.

물론 그 비밀로 탄에게 상처준 것도 맞지만, 영도는 그렇게 함으로서 자신도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해.

원래 상처라는 것은 상처를 주는 사람도 아픈 법이거든.

자신의 제일 가까운 친구인 탄을 상처주면서 상처 받던 영도에게 은상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마 따뜻함을 몰라서 제 친구의 마음을 끝까지 몰랐을거야.

영도에게 은상은 첫사랑이지. 자신도 몰랐던.

명수가 말해주잖아. 김탄이 첫사랑이 아니라면 차은상이 첫사랑이라고.

그 첫사랑인지 짝사랑인지 그만 접으라고.

영도의 첫사랑이 아프니까.

근데 명수가 모르고 있던게 있었어.

영도에게 은상은 첫사랑이지만 따뜻함이기도 하니까.

따뜻한 위로, 따뜻한 손길로 건넨 밴드.

그래서 자꾸 맴돌게 된다는 걸 말이야.

 

 

은상이도 영도안의 따뜻함을 보듬어주지만, 절대 친구라는 선은 그어두고 있어.

그래서 이별을 준비할 때 영도에게 말하지.

 

 


'니가 나쁜 놈이기도 하지만 좋은 놈이기도 한거, 진작 알았으면 좋았을 걸.'

 

'그러지 말자. 난 니 곁을 스쳐지나게 둬.

다음에 누가 또 좋아지면 걔한테 잘해주고. 손잡아주고 싶다고 발걸지 말고. 짜장면 먹자고 협박하지도 말고.

잠깐이지만 덕분에 따뜻했다.'

 

 


영도는 바로 알아채지.

은상에게 무슨 일이 있다는 걸. 작별인사를 건네고 있다는 걸.

농담으로 슬쩍 가려보려고 했는데 은상인 웃으면서 이별인사를 내뱉는다. 덕분에 따뜻했다라고.

그 말이 영도에게 얼마나 아프게 다가왔을까.

다가설 수도 없고, 그렇다고 물러날 수도 없는 상황에서 저 말을 들으면 불안하지 않을까.

정말 이 짝사랑을 접어야 하는건가 하는 불안함.

놔야 하는건 알지만 놓기 싫은 뭐 그런 영도의 눈빛이었어.

 

 

'내가 이별과 야반도주에 일가견이 있어서 좀 아는데, 너 이거 사람 만나러 가는 얼굴 아냐. 놓치러 가는 얼굴이지.'

 

 

그래 영도야. 니가 아주 제대로 본게 맞아.

그렇지만 영도에게도 은상이를 잡을만한 힘이 없어.

가지말라고 붙잡아도 탄이를 만나러 간다고 하면 보내줄 수 밖에 없어.

은상이에게 영도는 친구밖에 안되니까, 잡을 이유가 없어.

은상을 붙잡은 손을 힘없이 놓아버리면서 허무한 눈빛의 영도가 마음이 너무 아프더라.

난 정말 아무것도 아니었구나 라는 것을 다시 확인 한 것 같은 눈빛이었어.

내리는 눈과 영도의 눈빛이 너무 아팠어.

 

 

그러면서도 불안했던 영도는 은상이 뒤를 따라갔나봐.

편의점에서 봤던 춥고 쓸쓸하고 아파보이는 뒷모습에 은상이를 지켜보고 있는데, 탄이가 나타났어.

은상이의 등을 끌어안아주며 다정하게, 자신과는 다른 따뜻함으로 은상을 안아주더라.

은상이가 탄이를 보면서 웃어. 너무 환하게 웃어. 또 아까와는 다르게 추워보이지 않아.

참 따뜻하고 포근해 보이는 은상이와 탄이야.

그런 은상과 탄의 모습을 보면서 영도의 눈빛은 지진이 났지.

 


머리로는 아무리 알고 있다 해도 마음은 따라주지를 않는데,

행복한 모습을 막상 눈앞에서 보게 되면 마치 모든 것이 무너져내리는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영도의 표정이 딱 그랬어.

탄이가 너무 아파서, 영도의 아픔이 많이 묻혔지만, 영도도 그만큼 아파했지.

은상이를 좋아하는 내내.

첫사랑이잖아.

 

 

또 첫사랑만큼 사랑했던 친구 김탄과 영도 이야기를 하자면

18살의 남자아이들은 보통 저렇게 화해하지 않나?

영도가 먼저 탄의 집에 숙제하러 왔다는 핑계로 갇혀 있는 탄이를 만나러 간 것으로 미안하단 의사를 표현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이죽대고 너에게 빚을 지우는건 나쁘지 않다 했지만 말이야.

오히려 영도가 미안하다며 탄이에게 사과하는 건 왠지 더 오글거릴거 같아.

영도가 탄이 주었던 무수한 기회를 이제서야 잡은 것 처럼 느껴졌어.

 


남자애들은 심각하고 박터지게 싸워도 나중에 화해는

'김탄. 숙제하자.'

'야 이 미친놈아. 집안 분위기 안보여? 뭐 어쩌자고 여길 와.'

이 두 이야기로 충분했다 생각했는데.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야.

영도가 갑자기 착해졌다기 보단 성장했다는 게 맞지 않을까 라는 생각도 했고.

따뜻함을 알았잖아. 친구의 진심도 알았고.

사실 친구의 진심을 그동안 알면서도 모른 척 했던거지.

괜한 오기로 끝까지 싸우겠다고 했지만, 친구의 위기에 더는 그러지 않기로 한게 아닐까.

영도는 사실 좋은놈이니까.

나쁜놈이라 포장하고 있지만 사실은 꽤나 좋은놈이니까.

그런게 아니라면 절대 명수와 사이좋게 지내지 않을 것 같아.

 

 

영도는 탄과 은상을 보면서 한 뼘 자라기 시작한 거 같아.

덜 자란 아이 영도가 조금씩 자라기 시작하는 것 같아.

첫사랑을 앓으면서.

친구를 다시 되찾아가면서.

 

 

영도야, 너 좋은놈이니까 하는 말인데

첫사랑 그거 실컷 앓아. 실컷 좋아하고 후회없이 좋아해.

그래야 잊는 것도 할 수 있어.

비록 쉽지는 않겠지만, 모든 건 다 지나가게 되어 있어.

 


그리고 말야,

탄이 좀 부탁해.

은상이가 없어져서 숨 못 쉬고 있는 탄이 좀 부탁할게.

물론 너두 아플텐데, 이런 부탁해서 미안해.

너만한 놈도 없어서 그래.

제발 탄이 좀 부탁해.

너마저 탄이에게 은상이를 지켜내지 못 했다는 무력감과 자괴감을 느끼게 하지 말아줘.

 


은상이에게 해줬던 것처럼 그렇게 등을 툭툭.

힘내라고 두들겨줘.

영도야, 탄이에게는 은상이가 전부야.

모든 걸 잃어버린 탄이에게 은상이는 전부야. 숨이야.

이런 말 너에게 하는거 참 잔인한거 알아.

그렇지만, 전부가 사라진 탄이에게 너라도 있어야 할 것 같아서 그래.

 


영도야.

너만큼 탄이도 첫사랑 앓이를 호되게 치르고 있어.

원래 슬픔은 나누면 반이 된다잖아.

제발, 부탁할게.

탄이 곁에 좀 있어줘.

 

 

 

 

 

 

 


p.s

역시 이런 말은 영도에게 하면 안되는거겠지?

 

 

 

 

 

 

 

 

 

 

 

 

 

 

2013-11-30 02:44:42

작성한 글을 옮겨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