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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상속자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진하는탄이와 은상이의 첫사랑

 

 

18회.

 

 

 

 

 

 

 

 

 

 

 

 

 


'못 해먹겠다. 영도야.'


'형. 나 미국 언제가? 나 정말 죽을거같아. 나 좀 그냥 보내줘. 제발 나 좀 살려줘 형.'

 

 

 

망가질 자격도 없다는 걸 알면서 자신의 몸을 망가뜨리면서 우는 탄이.

그런 탄이를 뒤에서 지켜보는 영도와 원이.

탄이와는 항상 애증으로 둘러쌓여 있었던 영도와 원이 탄이를 돌아보기 시작해.

은상이를 잃고나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탄이를 다시 봐주기 시작해.

그렇지만, 은상이 없는 탄이는 망가질대로 망가지고 부서질대로 부서지고, 자꾸만 울면서 마음이 죽어가.

 


미국이라도 가게 되면, 탄이는 이 마음도, 지금의 괴로움도 다 괜찮아 질거라 생각하는 걸까.

생기를 잃어버리고 자신의 숨을 잃어버리고 아무것도 없이 지내는 탄이를 보는 원이가 놀란 것 같더라.

그렇게 자신이 차갑게 굴었어도 상처를 줬어도 위태로워 보인 적은 없었는데,

은상이가 떠난 탄이는 위태롭고 너무 많이 부서지고 깨져 망가졌지.

 

 

그런 탄이가 형에게 살려달라며 제대로 소리내어 크게 울지도 못 하면서 우는 탄이가 너무 아프더라.

대체 얼마나 아플까.

얼마나 아프기에 망가질 자격도 없다면서 망가지고 부서지고 깨지고 하는걸까.

꿇리면 꿇는다며, 다시 일어나면 된다고 하던 탄이가 얼마나 절망감을 느끼고 있는걸까.

 


숨도 안 쉬어지고, 죽을 것 처럼 우는 탄이를,

은상이를 놓았는데 다 놓지 못 해 아픈 탄이를,

원이가 안타깝게 바라보더라.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자신의 어린 동생을.

아프게, 참 아프게 지켜보더라.

 

 

 

 

'어디있어 차은상. 보고싶다.'


'네가 있었던 곳에 언제나 나도 있었어.

그러니까... 잠시만 기다려.

내가 꼭 찾아갈게. 금방 갈게.

네가 어디에 있든.

뒤돌아보면 내가 꼭 서 있을게.'

 

 


피투성이가 된 얼굴과 마음으로 마지막으로 보고 이제 안 보겠다고 마음 먹었어도,

미련은, 탄이의 마음은, 여전히 차은상 하나 밖에 없었지.

은상이가 그리워 은상이의 SNS를 보며 은상이의 모습을 떠올리는 탄이가 너무 아팠어.

그렇게라도 숨을 쉬려 하는 탄이 모습이 너무 안타까웠어.

 

 

은상이가 부담스러워 할까, 언제나 한 발 물러 뒤에서 따라가던 탄이.

은상이의 뒷모습을 보더라도 너무 행복한 얼굴로 너무 사랑스럽게 바라보고 있던 탄이모습이 참 많이 아프더라고.

 


은상이도 지난 탄이와의 흔적을 보고싶어서 SNS에 들어갔던게 아니었을까.

탄이가 그리워서 탄이가 보고싶어서 들어간 SNS에 남겨진 탄이의 흔적들을 보면서 처음엔 한 숨을 쉬다가

자신도 모르게 찍힌, 탄이가 자신을 얼마나 많이 지켜봤는지 알 수 있는 사진들을 보면서 눈물을 글썽거려.

그 사진 속, 떠오르던 탄이의 모습과 탄이의 마음이 느껴져서 탄이가 그리워서 은상이가 울어.

애써 참아봐도, 따뜻하고 다정한 탄이가 그리운 건 은상이도 마찬가지였지.

그래도 자신 때문에 탄이가 더 불행해지지 않길 바라면서 힘겹게 사진들을 하나 둘 지워.

 


삭제를 누르던 그 손가락이, 참으려 애쓰던 그 눈물이,

너무 많이 아팠어.

 


서로가 서로를 지키기위해 떠나고, 보내고 하는 은상이와 탄이의 그 마음이 너무 안타까웠지.

아직은 몰라도 될 많은 것들을 은상이와 탄이는 너무 많이 알면서 살아왔고, 또 알게 되었다는게 안쓰럽더라.

탄이와 은상이는 이제 고작 18살 일뿐인데 말이야.

그저 좋으면 웃고, 아프면 울고, 별거 아닌 일에 행복해하고, 꿈을 찾기도 하고, 방황도 하고, 마냥 순수하기만 해도 좋을 그런 나이인데.

현실에 치이고, 자신의 상황에 절망하고.

꿈을 잡아보겠다고 섣부른 용기를 내었다가 결국 그 꿈이 깨어진 이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 싶어서.

 

 


아픔을 참아내는게 은상이에겐 너무 익숙해보인다고 느껴졌어.

8살때 이미 현실을 알아버린 성숙한 꼬마였던 은상이는 18살의 시작한 자신의 첫사랑마저도 아픔이었지.

쉽게 받아들일 수도 없었고, 매몰차게 뒤돌아설 수도 없었고.

자신을 향해 올곧고 따뜻하게 다가오는 탄이를 밀어내는게 아팠고, 받아들이는 것도 아팠는데, 떠나는 것 마저도 아팠지.

그럼에도 은상이는 웃었어.

탄이의 아픔을 감싸주었고, 위로가 되주었어.

 


탄이의 아버지,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의 아버지,

그 앞에서 은상이는 눈물을 흘리면서도 무서워하면서도 확고한 자신의 마음을 이야기 해.

 

 

'탄이는...'

'착하고 솔직하고 따뜻한 아이입니다. 그래서 제가 참 많이 좋아했습니다.'


'제가 탄이를 좋아한게 잘못은 아니니까요.'


'탄이를 좋아하니까요. 전 지금도 변함없이 탄이가 좋습니다.

회장님이 아무리 겁을 주셔도 아무리 무서워도 그 애가 싫어졌다는 거짓말은 못합니다.

하지만 만나지 말라 하시니까 만나지 않겠습니다.

그러니까 저 좀 이제 부르지 마세요.'

 

 

떨면서도 자신의 할 말은 똑 부러지게 하는 은상이가 대견하면서도 많이 아팠어.

자신의 처지에 은상이가 얼마나 아팠을지,

만나고 싶은데도 만나지 않겠다 말하는 그 마음이 얼마나 다쳤을지,

그리고 탄이 아버지가 얼마나 무서웠을지.

그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고, 옆에 있어달라 말도 못 했을 은상이의 모습이 떠올라 마음이 먹먹해지더라.


 

 

 

 

 

 

 

 

 

 

 

 

 

 

 

 

 

 


탄이 아버지와 만난 후, 은상이가 걸음한 곳은 드림캐쳐 가게 앞이었어.

은상이가 탄이에게 너나 지키라며 상처주었던 그날의 아픈 추억이 있는 곳.

임대문의라는 지금의 은상이 탄이와 너무 닮아버린 그 가게 앞에서 은상이는 드림캐쳐를 바라봐.

꼭 탄이를 걱정하는 것 같았어. 탄이는 괜찮을까, 탄이는 잘지낼까, 탄이가... 보고싶다. 뭐 그런.

은상이가 떠나고 그 흔적만 잡고 사는 탄이 앞에, 거짓말같이, 은상이가 보였어.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없어서 그 자리에 멈춘 채 바라보기만 하는 탄이.

돌아서다 탄이를 발견하는 은상이.

 

 

상처투성이가 된 탄이와 은상이가 서로를 마주보는데 둘은 서로만 걱정하는 것 같았어.

멍과 상처에, 밴드를 붙인 탄이의 얼굴을 본 은상이가 저도 모르게 탄이에게 다가가려다 멈칫,

만나면 안되는데 다가가면 안되는데... 하는 눈빛이었어.

천천히 한걸음씩 탄이가 발걸음을 떼면 은상이도 같이 발걸음을 떼기 시작해.

서로를 바라보며 서로에게 눈빛으로 말을 해.

괜찮아? 너는 괜찮아? 얼굴은 왜 그래? 많이 울었어? 아프지마. 다치지마.

스치는 순간, 한숨을 내뱉는 탄이와 눈물을 참으려는 은상이가 서로에게 꼭 보고싶었어 라고 말하는 것 같았어.

그렇게 서로를 스쳐지나 가. 천천히, 되도록 천천히.

 

 

뒤돌아서 한참을 걷던 탄이가 은상이에게로 다시 달려가.

'정 못견디겠음 잡아 오든가. 달라질 거 없어도 사고치고 나면 한결 숨쉬긴 편하던데.'

라는 효신이의 말을 떠올리는 것 같더라.

탄이가 다시 숨쉬기 위해서, 은상이를 따라 버스를 타고, 은상이가 도망친 곳으로 같이 가.

둘은 그 어떤 말도 하지 않았지만, 서로가 얼마나 서로를 그리워했는지 알겠더라.

얼마나 걱정을 했는지, 얼마나 아팠는지 알겠더라고.

 

 

 

 

 

 

 

 

 

 

 

 

 

 


뒤돌아보면 언제나 있겠다던 말을 지키려는 것처럼, 탄이가 은상이의 뒤를 따라 걸어가.

은상이가 집까지 들어가는 아픈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는 탄이.

바로 뒤에 탄이가 있다는 걸 알면서도 돌아 볼 수 없었던 은상이.

참고 참고 또 참아봐도 잘 참아지는 않는 이 마음이 아파서, 그리움이 견딜 수 없어서 결국 은상이가 다시 문을 열고 탄이를 찾아.

벌써 자리에는 없는 탄이를 혹시나 그 뒷모습이라도 다시 볼까 왔던 길을 탄이를 찾아보지만,
늦어버렸단 생각에 눈물만 그렁그렁해.

힘없이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데, 그 앞에 다시 탄이가 있어.

 

 

 

'왜 찾았어.'

'말 걸지마.'

'오지마.'

'하지마.'

 

 

말도 걸면 안되고, 만나서도 안되고, 안아서도 안돼, 돌아서는 은상이에게 탄이가 다가와 뒤에서 따뜻하게 안아줘.

'차은상. 나 너 못 놓겠다. 어떡할래.' 라면서.

은상이가 눈물을 흘리면서 아무말도 안해. 탄이의 품을 벗어나려고 해.

그치만 은상이도 못 놓겠다는게 느껴지더라.

그치만 자신 때문에 탄이가 망가지면 안되니까, 그 따뜻한 품을 벗어나.

너무나 아프고 힘겹게 돌아서더라.

남겨진 탄이는 여전히 숨이 안 쉬어지는 것 같았고.

 


탄이 옆에 남겨두고 온 은상이 마음,

은상이에게 모두 주고 온 탄이 마음,

정말 제대로 지키는 게 아직은 너무 서툴러 떠나는 것만이 방법이라 생각한 은상이와 탄이.

이 두 마음이 얼른 다시 만나야 은상이와 탄이가 제대로 숨을 쉴 수 있을텐데.

서로의 곁에 마음을 두고 온 은상이와 탄이.

그 마음을 제대로 발견만 한다면 지키는 방법도 금방 알 수 있을텐데.

 

 

 

 

'탄이는 은상이가 자기 세상이길 꿈꾸니까.'

 

라는 현주의 말처럼 탄이는 자기 세상을 잃고 자신을 잃어버렸어.

어떻게 보면 자기 세상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잃어버린 것일지도 모르겠어.

 

 

 

알바를 하는 은상이에게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왔어.

탄이 형, 원이가 찾아왔어.

탄이가 요즘 엉망이라고. 거기엔 니 책임도 있다면서 말이야.

아무 말도 않은 채 묵묵히 원이가 하는 말들을 듣고 있는 은상이.

얼마전 탄이 얼굴을 떠올리는 것 같았어. 상처투성이의 탄이 얼굴.

그리고 원이가 의외의 말을 하지.

 

 


'언제 돌아갈래? 너 원래 있던 자리로.'

 

 

생각지도 않았고, 떠나온 후로 꿈 꿀 수 없었던 일이었던 은상이가 놀라서 아무말도 못 해.

탄이처럼 다정한 탄이 형이 원하는 걸 요구해도 된다고 말해.

그런데도 은상이는 망설여져. 쉽게 대답하기가 어려워.

돌아가고 싶지만, 다시 용기가 나지 않아. 다시 부서지고 깨어질까봐.

꿈이, 탄이. 다시 또 그렇게 될까봐 두려워.

그런 은상이에게 원이가 이야기 해.

 


'어떻게 할래?

결정하기 힘들 때는 멀리 보지 말고 그냥 내일만 봐.

내일 당장 하고 싶은게 뭔지 생각하면 답이 달라지니까.

탄이 옆으로 돌아갈 핑계가 필요하다면, 기말고사는 어떨까?

용기나지 않을 땐 작은 핑계에 기대보는 것도 방법이거든.'

 

 

 

 

 

 

 

 

 

 

 

 

 

꼭 은상이의 마음을 다 안다는 것처럼, 은상이에게 탄이 옆에 있어도 좋다는 응원처럼 말이야.

그래도 쉽게 선택할 수 없는건 탄이를 지켜주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하지만 은상이 마음에 있는 말은 역시, '다만 그 손을 놓을 수 없었다는 사실 말고.' 라는 책 구절이겠지.

 

 

 

은상이와의 추억이 깃든 와인창고에 박혀 있는 탄이에게 원이가 찾아왔어.

생기를 잃어버린 동생에게 먼저 다가와서 말을 걸어.

 

 

'너 내가 시키는건 뭐든 한다고 했지?'

'어. 미국 갈게. 언제 출국하면 돼?'

'내가 너한테 원하는거 1번은 기말고사를 잘 보는거야. 학교 가. 이번에도 꼴등... 에휴.

그 여자애가 쓴건가봐. 저 와인은 내꺼라고 얘기 했었는데,

저 사이 둔거 보면 너한테 전해달라는 뜻이겠지.

며칠 전에 발견했고, 안 줄까 했어. 굳이 내가 왜.

근데. 이게 니가 살 이유가 되면 살아보라고. 살려달라며.'

 

 

현주나 은상이처럼 다정하지는 않지만, 조금은 서투르게 동생에 대한 걱정을 내 보이는 원이가 참 따뜻했어.

학교도 안가고, 몸도 마음도 상처투성이인 어린 동생이 걱정되어 투박하게 거래라는 이름으로 동생을 챙기는 원이가 따뜻했어.

그동안 탄이가 두드리고 또 두드리던 단단했던 그 마음이 드디어 통한거였지.

한 번도 따뜻한 적 없었지만, 탄이가 부서지고 망가진 후에는 차갑기만 하지 않았어.

걱정을 하고, 챙겨주었지.

그런 형의 낯설지만 따뜻한 손길로 건네주는 은상이의 편지를 떨리는 손길로 받는 탄이.

 

 

 

'김탄에게.

계절이 두 번 바뀌었고, 우리가 만났던 한여름은 꿈처럼 아득하다.

그 곳은 낮엔 너무 뜨거웠고, 밤엔 너무 추웠고, 나는 니가 좋았지.

서로에게 눈멀었던 우리를... 너무 뜨거웠고, 너무 추웠던 우리의 온도를

난 잊을 수 있을까...

이렇게 도망가서 미안해. 집에서 기다리겠다고... 거짓말해서 미안해.

내 불행 중 다행인 김탄.

나는 이제 진짜 어젯밤 꾼 꿈처럼 사라진다.

그 꿈에서 반가웠어. 김탄.'

 

 

 

 

 

 

 

 

 

 

 

 

 

 


편지를 다 읽은 탄의 눈빛은 정말 놔주어야 하는구나 하는 체념의 눈빛인 것 같아 나도 따라 덜컹했어.

근데 생각하는 눈빛은 또 그런게 아닌거 같았고.

이때의 탄이 모습은 너무 아파서, 은상의 그 편지를, 이별을 말하는 편지를 읽고 어땠을까.

쉬이 짐작이 되지 않더라고.

 


은상이도 떠나기 쉽지 않았음을, 은상이가 바라는 건 불행 중 다행이 계속 다행으로 있을 수 있기를.

그 마음을 담아 편지를 썼다는 것을 탄이가 알았을 거란 생각은 들지만, 그 마음까지 어땠을지는 잘 모르겠어.

 

 

 


벤치에 앉아 멍하니 음악을 듣고 있던 탄이 옆에 있을 리가 없는 떠나버린 은상이가 나타났어.

어젯밤 꿈처럼 말이야.

꿈은 아닌가, 환상은 아닌가, 정말 차은상이 맞는건가 자신의 눈을 의심하는 눈빛이었어.

은상이가 그런 탄이를 보면서 웃어.

웃으면서 인사를 건네.

 

 


'안녕 김탄.'

'공부 많이 했어? 나는 많이 못해서 걱정이네.'

'진짜 너냐?'

'전에 봤을 때 묻고 싶었는데. 얼굴이 그게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바보야.'

'니가 떠났지.'

'이제 왔는데. 나 이제 도망안치려고. 일단은 기말고사를 볼게.

그러고 나서 어떤 핑계든 대볼게. 그래서 여기 있을게. 니 옆에.'

 

 

 

은상이가 드디어 온전히 탄이에게로 다가왔어.

작은 핑계에 기대어 용기를 내어 탄이에게로 왔어.

그동안 은상이가 없어 제대로 숨을 쉴 수 없었던 탄이가, 은상이를 안고나서야 비로소 안심하고 숨을 쉬기 시작해.

탄이의 따뜻한 품에 안겨서야 은상이가 웃기 시작해.

생기를 잃었던 탄이와 은상이에게 생기가 돌아오기 시작해.

서로의 곁에 두었던 그 마음들을 드디어 찾았어.

 


탄의 세상이, 은상이의 꿈이 다시 만났어.

 

 


탄이는, 은상이가 돌아온 것이 마냥 좋은거 같아.

탄이를 망가지게도 하고, 울게도 하고, 웃게도 하고, 기쁘게도 하고, 행복하게도 하는 탄이의 세상 차은상.

그건 아마 변함이 없을 것 같아. 앞으로도.

차은상 하나 때문에 숨도 못 쉴 만큼 아팠던 탄이니까.

은상이가 돌아온 것으로 숨도 제대로 쉬고 웃을 수 있는 탄이니까.

 

 

 

'어째 오늘 너무 순순한데.'

'너 갈까봐.'

'잘데가 없어. 지금은 그런 핑계야. 너도 핑계 하나만 대봐. 나랑 같이 있을 작은 핑계.'

'좋아해.'

'그게 작은 핑계야?'

'보고싶었어.'

'더 작은 핑계.'

'죽을 것 같더라. 웃지 말아야지, 잘 살지 말아야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해져야지,

아무도 사랑하지 말아야지, 운명이 어쩌고 하면 비웃어줘야지 그랬어.

그러니까, 다시는 나 버리지마. 차은상. 알겠어?'

 

 

 

은상이의 잘데가 없다는 작은핑계와 탄이의 좋아해, 보고싶었어, 죽을 것 같더라는 작은 핑계.

두 작은 핑계가 다시 만났다. 서로를 지키려고. 서로를 지켜주려고.

그 하나면 탄이와 은상이에게 어떤 이유가 더 필요할까.

지금 이 순간, 탄이와 은상이에게는 다정함과 따뜻함, 서로가 곁에 함께 한다는 사실만이 중요했지.

 

 

다시는 버리지말라는 탄이에게 고개를 끄덕여주며, 먼저 탄이의 손을 깍지를 끼워 잡는 은상이한테서 약속할게란 말이 들린 듯 했어.

그 말을 들었다는 것처럼 웃으면 손을 마주 꼬옥 잡는 탄이한테서 절대 다시는 이 손을 놓지 않겠다는 무언의 다짐도 느껴졌어.

함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마주 보며 너무나 예쁘게 웃는 탄이와 은상이.

이렇게 잘 웃는 아이들을, 이렇게 예쁜 아이들을 떼놓으려고 했다니 싶었어.

 

 

 

이미 탄이와 은상이는 사랑하고 있고, 운명이니까.

전보다 훨씬 더 단단해져서, 앞으로는 끄떡없을 것 같았어.

두 사람이 웃고 있는 걸 보면서 이제서야 나도 좀 살 것 같더라.

 

 

 

 

 

 

 

 

 

 

 

 

 

 

 

'내가 요즘 나 스스로에게 정말 화나는건, 내가 미성년자 라는거야.'


'미성년자의 진심은, 사춘기의 투정으로 보이니까.'

 


18살이었지만, 다른 아이들과는 다르게 녹록치 않게 살아온 탄이가 너무 일찍 어른이 되었구나 싶었어.

그래서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또래보다 훨씬 더 성숙했고, 또래보다 훨씬 더 많이 아팠어.

자신의 진짜같은 가짜로 지내오면서, 다른 사람을 어머니라 부르면서.

그랬던 탄이가 자신의 진실과 진심을 내보이기 시작하면서, 많은 것들이 변하기 시작했어.

은상이가 변했고, 엄마가 변했고, 형이 변했고, 친구가 변했는데

단 한사람, 아버지만이 변하지 않았어.

탄이의 진심을 한낱 사춘기의 투정, 혹은 반항으로만 여겼지.

탄이 아버진 기집애 하나 떼내는게 무슨 대수냐고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사춘기때 지나치는 별거아닌 마음으로 여기고 있었어.

 


하지만, 미성년자의 진심이 때로는 너무 순수해서 열정적일 수도 있다는 걸 잊고 계신 것 같았어.

분명 탄이 아버지도 원이 엄마를 그렇게 사랑하셨을텐데.

탄이의 진심은 절대 사춘기의 투정이 될 수 없다는 것도 잘 알고 계실텐데.

 


분명 탄이 아버지식의 애정표현이겠지. 탄이가 걱정되어 염려하는.

그치만 탄이를, 탄이의 진심을 제대로 보아주지 않는 아버지에게 탄이는 올곧게도 자신의 진심을 이야기 하고 감사 인사를 해.

 


'살면서 저를 행복하게 한 것들은 전부 아버지가 허락하지 않은 것들이었어요.'

'그래도...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면서.

탄이는 자신의 출생에 대해서 단 한 번도 원망을 한 적이 없었어.

나라면 골 백번은 더 했었을 그 원망을, 탄이는 한 적이 없었어.

그래서 탄이가 그래도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할 때,

탄이가 얼마나 바르게 자랐는지 보여서 참 좋았어.

오히려 내가 다 부끄러울만큼 탄이는 너무나 멋있었어.

 

 

아버지는 더이상 가족이 아니라고 하며 날을 세웠더라도,

자신을, 은상이를 아프게 했더라도,

그 모든 것들을 감당하며 살아 갈 수 있도록 이 세상에 태어나게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따뜻하고 다정한 그 인사에,

탄이 아버지가 아들의 진심을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그 쉼없이 두드리는 솔직하고 다정한 어린 동생의 노크에 이제 그 문을 조금씩 열고,

동생에게 온전히 커다란 형이 되어주고 있는 원이에게 탄이 이야기 해.

 

 

'형. 난 형이 좋았어.

엄마 들어오기 전까지 아버지 큰어머니 사이에서 기댈 수 있는건 형 하나였어.

멋대로 기대서 미안했어. 그동안 형한테 했던 못된 말들 못된 짓들도 미안해.'

'사과하지마. 불편해.'

 

 


사실 탄이의 저런 솔직한 사과는 원이에게 불편한게 맞는거 같아.

못된 말들, 못된 짓들을 더 많이 했던 건 사실 원이었으니까.

그래서인지 탄이에게 듣는 저 솔직한 사과에 자신의 지난 못된 말들과 못된 짓들이 떠올랐던 것 같아 머쓱했던 거 같아.

자신은 솔직하게 탄이에게 제대로 사과를 한 적도 없는데.

 

 


'생일 축하한다.'

 

 

그래서 처음으로 탄이에게 원이가 축하인사를 건네.

생일 축하한다고.

존재자체가 오해였던 동생 탄이에게 원이 생일을 축하한대.

원이에게 들은 생일 축하 인사에 놀라 원이를 돌아보면,

원은 쑥스러웠던지, 무심하게 일에 집중을 하기 시작해.

그 모습이 왠지 형 다워서 괜히 웃음이 나는 탄이.

18번째 탄이의 생일은 너무 반짝반짝 빛이 나는 것 같아.

 

 

 


'되게 예쁘네.'

'알면 됐다.'

'니가 내준 택시비 이렇게 갚는거야.'

'난 아직 너한테 산 5분값도 안 치뤘는데.'

'오늘 치러줘. 우린 오늘 아주 용감해져야 돼. 할 수 있지?'

'가자.'

 

 

 

아버지가 마련한 자신의 생일파티에 결심한 듯 은상이와 함께 가려고 준비하는 탄이.

은상이가 내준 택시비로 은상이를 예쁘게 꾸며주고, 탄이에게 산 5분 값으로 용기를 내는 탄과 은상이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있어도 다 괜찮을 것 같았어.

 


이제서야, 탄이 내미는 손을 망설이지 않고 당연하게 마주 잡아주는 은상이.

그런 은상의 손을 다시는, 더는 놓치지 않겠다는 듯이 꼬옥 힘주어 잡는 탄이.

그렇게 서로가 맞잡은 두 손을 놓지만 않는다면 말이야.

 

 

서로의 존재가 용기를 낼 수 있도록 해주고,

서로의 존재가 용감하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해주니까.

 

 

예쁜 은상이와 멋진 탄이의 그 단단함이 새로이 느껴졌어.

한 번 서로를 위해 밀어내기도 해봤고, 떠나도 봤었지만, 결국 다시 만난 것처럼

둘은 절대 서로를 놓을 수 없다는 그 단단한 마음의 고리.

그래서 탄이랑 은상인 운명이야.

이제 그 운명이 부서지지 않도록 나아갈 차례인거지.

 

 

 


'떨려?'

'조금?'

 

 

 

은상이의 얼굴에서 불안함과 두려움, 걱정을 읽은 탄이가 물어봐.

떨리냐고. 조금이라고 대답하는 은상이의 얼굴이 한층 더 긴장과 두려움이 가득해져.

떨린다는 건, 무섭기도 하고 겁나기도 하고 긴장이 되기도 하고. 그런거니까.

 

 

 

'좀 힘들지도 몰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직진.'

 

 

 

탄이의 말에 그제서야 안심을 하며 예쁘게 웃는 은상이.

다정하며 솔직한 그 말에 불안함을 떨쳐버린 듯 웃어보여.

서로를 마주보면서 웃는 탄이와 은상이가 너무 눈이 부시게 예쁘더라.

 

 

 


탄아, 은상아.


이제 더는 서로를 놓는 일이 없기를.

언제나 지금처럼 서로를 향해 환하게 웃어 주기를.

서로에게 그렇게 힘이 되어 주기를.

그리고 오래오래 행복하게 함께 하기를.

너희들과 같은 마음으로 나도 함께 빌게.

 


그러니까, 더이상 우는 일 없이 그저 행복하기만 했으면 좋겠어.

지금처럼 예쁜 모습으로 오래오래.

 


탄이랑 은상이, 너희들 이제 서로가 소울메이트인거 알잖아.

너희들의 그 운명을, 다시 찾은 그 꿈을 절대 놓지마.

마주잡은 너희 두 손, 절대 놓으면 안돼.

무슨 일이 있어도, 앞으로는 서로를 지키기 위해 떠난다는 바보 같은 생각도 하지 말고.

그저 곁에서 함께 하기만 하면 돼.

함께 하는게 너희들이 서로를 지켜주는거야.

뭐, 이제는 그걸 너희도 알겠지만.

 

 

고마워, 탄아 은상아.

다시 만나 환하게 웃어주어서.

망설이지 않고 서로의 손을 잡아주어서.

 

 

 

 

 

 

 

 

 

 

 

 

 

 

 

 

2014-02-12 11:41:49

작성한 글을 옮겨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