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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왕소

왕소가 아프지 않기를

 

 

 

 

 

 

 

 

 

 

 

 

 

 

 

 

 

 

 

 

 

 

 

 

 

 

 

 

처음엔 왕소도 황후에게 완전히 기대하고 간건 아니었을거야.
그냥, 혹시? 이렇게라도 하면 조금이라도 곁을 내어주지 않을까
싶은 조금의 희망?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그 마음.
그 마음으로 어머니를 위협할 것은 없을거라고 자신이 없애버렸다고
했는데, 돌아오는 건 여전한 차가움.
치욕이고 치부라는 말.

 

 

늑대소굴에선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신주강씨 집안에선 자신을 어떻게 대했는지,
그래서 자신이 어떻게 지내왔는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봐도
돌아오는 건 독설뿐.
넌 내 아들이 아니라는.

 

 

그런 말을 전부 듣고, 그 상처를 갖고서 온 곳은 돌탑이었어.
어미가 자식들을 위해 빈다는 곳.
해수가 엄마를 그리워 하며 돌을 쌓던 곳.
그 돌들을 무너뜨리는 왕소의 모습을 해수가 보고선 말리지.
근데 해수의 손에 피가 묻어.
놀라서 다시 말리는 해수를 왕소가 협박하지.

 

 


'너도 죽고싶어?'
'다쳤잖아요.'

 

 


라는 해수의 말에 행동을 멈추고 해수를 보는데 그 눈빛이 왜 이렇게 마음에 콕 박히는지 모르겠어.
어머니조차, 아버지조차 그 누구도 왕소가 다친 것에 신경을 쓰지 않았는데,
처음으로 자기와는 아무 상관도 없는 아이가 자신이 다친 것에 신경을 써.
심지어는 더 다친 곳은 없냐고 물어봐.
근데 왕소는 멱살을 잡고 다시 겁을 줘.
사람을 죽였다고 했다고.

 

 

그동안의 왕소가 어떻게 사람을 대하고 사람들 사이에서 어떻게 지내왔는지
딱 보여주는 모습이라 너무 많이 마음이 아프더라.

 

 

 


왕소에게는 그동안 겉으로는 신경써주다가도 뒤에서는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이 많았을거야.
분명 정에 굶주린 왕소는 그런 사람들을 구분하지 못 하고 진심으로 대했겠지.
하지만 돌아온 것은 또 다시 상처들 뿐 일테고.
그런 것들을 겪다가 왕소가 선택한 것은 차라리 협박을 하고 겁을 주는 것.
애초에 누구도 다가올 수 없도록 하는 것.

 

 

그걸 해수에게 그대로 하더라.
낯선 따뜻함에 흔들려. 근데, 또 상처 받을까봐 겁을 줘.
난 언제든 사람을 죽일 수 있다는 것으로.

 

 

왕소에게 해수는 왜 죽였냐고 물어봐.
재미로 죽였느냐고.
아무도 왕소에게 그런 걸 물어봐주지 않았었는데
처음부터 왕소에게 할말을 다하던 해수는,
왕소를 위로해.
죽기 싫으면 먼저 남을 죽여야 하고, 살고 싶은 건 죄가 아니라고.
용서 받을 순 없어도 자기는 이해한다고.

 

 

왕소가 상처 받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아주는 존재가 해수였을거야.
해수도 그 때 알았을거라 생각해.
매번 죽이네 지워라 하면서 무섭게 대하고, 까칠하게 대해도
저 사람도 상처를 받는 사람이구나.
아픔이 많은 사람이구나.
라는 것을 말이야.

 

 

그래서 석반을 가지고 갔었을 때에도,
놔두라는 왕소를 모른 척 하지 못 했겠지.

 

 

그 모습에 오히려 놀란 건 왕소였지.
그런 모습을 보고도 자신을 아무렇지 않게 대하는 해수가
이상하기도 했고, 나쁘지 않았지.
해수가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고, 아픔을 알아주려 하니까.

 

 

그렇기에 매질 당하는 것을 구해주었는지도.
해수는 그런 왕소에게 여전히 할말을 다해.
왕소가 물어보지.

 

 


'넌 내가 무섭지도 않냐? 따박따박 말 한마디를 안 지려고 드니.'
'상대하기 만만한 분은 아니어도, 이제 무섭지는 않습니다.'

 

 


지금껏 왕소를 무서워하지 않는 사람은 없었는데,
다들 왕소를 피하기 바빴는데,
해수만이 무서워하지도 피하지도 않아.
되려 저를 구해주기 위해 했던 말을 다신 하지말라며 따지기까지 해.
왕소에게 있어서 자신을 저렇게 편하게 대해주는 이가 없었을테니,
괜히 장난을 걸어.
지금까지의 왕소 모습 중에서 제일 마음 편한 웃음도 짓고.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 일상적인 모습조차,
왕소에게는 특별하게 다가왔던 거겠지.
언제나 살아남는 게 중요했을 왕소였을테니까.
항상 날카롭게 날을 세우고, 상처를 받을 바엔 상처를 주고 겁을 주는 것을 택했던.

 

 

남에게든 그렇게 하면서,
왕소는 단 한 사람, 어머니에게는 모질지 못 해.
버려졌으면 저도 버리면 그만일텐데,
왕소는 어머니의 사랑을 자꾸만 갈구해.
그게 어찌나 마음이 아프던지.

 

 

부셔버렸던 돌탑을 다시 쌓으며 왕소는 대체 어떤 마음이었을까.
간절해 보인 그 마음은 어떤 마음이었을까.

 

 

해수가 자꾸만 왕소를 봐줘서 였을까.
왕소는 해수를 편안하게 대해.
말도 많이 하고, 웃기도 많이 웃고.
해수에게 말해.
황궁에서 살게 되서, 앞으로 자주 마주치지 않을거라고.

 

 

근데 해수의 짧은 그 아, 에서 느낀 건,
역시 제일 무서운 건 미운 정이 맞다는 거.
원래 미운 정 들면 오래가잖아. 생각도 더 많이 나고.
해수는 나름대로 걱정이 담긴 잔소리를 해.

 

 


'황궁에선 제발 좀 무던하게 지내세요.
말 끝마다 죽이네 살리네 하지 마시고,
자기 말 안 듣는 다고 눈에 힘 빡 주고 노려 보지 마시고,
별거 아닌 일에 칼 꺼내는 거, 그거 특히 조심 하시고,
아, 남이 죽어라 만든 거 한방에 부수지 마시고..'
'그만.'
'밥 잘 먹고, 잠 잘 주무세요. 나쁜 꿈은 될 수록 꾸지 마시고.'

 

 


아주 기본 적인 것들이잖아.
마치 어머니가 자식에 건네는 걱정 담긴 잔소리.
그 끝에는 다정한 말로 자식을 챙기는 말.
한 번도 그런 것들을 받아본 적 없었는데 해수가 자꾸 그런 말을 해줘.
어머니에게서 받고 싶었던 것들을.
그래서 더 해수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을거야.

 

 


'넌 내가 무섭지 않다는 게 생각나서. 어떻게 무서워 하지를 않냐.'
 

 

 

왕소가 저 말을 자꾸 하는 게 마음이 너무 그렇더라.
계속 해수가 자기를 무서워 하지 않아주기를 바라는 것 같아서.
지금처럼 자기를 대해줬으면 싶어서.

 

 

해수와 함께 눈을 맞으며 해수를 보는 눈빛이
처음으로 슬퍼보이지 않았어.
웃어도 슬퍼보이던 왕소가 제대로 웃는 것 같달까.

 

 


그 눈빛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왕소 맘이 되어서 이러고 있다...

 

 


앞으로 왕소와 해수에게 행복 보다는 슬픔이 더 많다는데,
이미 충분히 아픈 왕소가 여기서 더 얼마나 아프게 될지
솔직히 마음이 무겁다.
아마 딱 하나, 해수 하나만을 바랬을 걸 쉽게 짐작이 되면서도
그 바램을 이루기 위해, 왕소와 해수가 어떤 일을 겪을지 걱정도 되지만,
해수가 왕소에게 아픔 속에서도 위로가 되어주었으면 좋겠다.

 

 


 

 

 

 

 

 

 

 

움짤 출처 - 달의 연인 갤러리

 

 

 

 

 

 

 

 

 

 

 

 

 

 

2016-09-06 06:19:06

작성한 글을 옮겨왔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