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에선 누구든 혼자야. 그거 하난 확실하다.'
'전 혼자가 아니니까 괜찮습니다.'
궁녀가 된 해수를 데리고 황궁에 가장 먼저 해가 뜨는 곳을 보여주고,
황궁이 어떤데인지 말해주는 소에게 황자님도 다 아는 건 아니냐면서 수가 편하게 말을 하잖아.
소가 말하지. 궁에선 혼자라고.
부모도 있고, 형제들도 많이 있는 그 커다란 궁에서 소가 느끼는 건 혼자라는 외로움.
물론 본인 스스로 벽을 치고, 겁을 주는 것으로 사람들에게서 물러서 있으니 더 혼자일 수 밖에 없는거겠지만.
그런데, 수는 달라.
수는 궁에서조차도 혼자가 아니래.
분명 조실부모 해서 아무도 없다고 알고 있는데,
심지어는 해씨집안에서 수를 황제에게 팔아 넘기다 시피 했다는 것도 알아서,
더는 집안에서 조차도 수를 돌봐주지 않을 거라는 것도 아는데,
수는 혼자가 아니래.
'황자님도 계시는데 제가 왜 혼잡니까?'
수의 저 말이 되려 소에게는 위로가 되지 않았을까.
수에게 나름 위로라고 할지, 조심하라고 할지,
서툴게 자신 나름대로의 아는 황궁이야기를 하고 있었는데
수는 씩식하게 또 웃지.
분명 자신이 처한 상황이 귀족 아가씨 이기만 할 때보다 결코 좋지 않음에도.
가족에게 버려진 것 처럼 보이는데도 혼자가 아니라면서 웃어.
소가 있어서 혼자가 아니래.
자신이 뭘 어떻게 해줬다고. 뭘 믿고.
근데 수의 그 말이 어쩐지 자기한테도 하는 말 같이 느껴져.
황자님도 마찬가지로 혼자가 아니라는 것처럼.
어머니에게는 너는 같이 하면 불행해진다, 동복형제에게도 가까이 하지 말라,
이런 소리만 듣고, 누구도 곁에 있기를 꺼려하는 소에게
수의 그런 말이 사실 엄청나게 큰 충격이었을테고,
엄청난 마음의 파장이 생겼겠지.
'점점 배짱만 좋아지니 큰일이다.'
'여기도 다 사람 사는 덴데요. 그러면 또 버틸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았던 게 더 컸던 소는,
수를 돌아봐.
이 아이는 어떻게 이런 말을 할 수가 있을까.
바로 자신의 처지가 그 사람들 때문에 이리 되었는데도,
어떻게 저렇게 맑을 수가 있을까.
근데 그게 또 어쩐지 소 자신의 마음을 온통 흔들어대.
마치 소에게도 마찬가지 아니냐는 듯이.
그저 죽지 않기 위해 사는 것만이 아닌, 소가 지금껏 버텨온 이유를,
아직 소 스스로도 잘 모르는 그걸, 수가 알아주는 것처럼.
'그래도 시끄러운 니가 와서 황궁이 지루하진 않겠어.'
대답이었던 것 처럼 느껴졌어.
황자님도 계시는데, 자기가 왜 혼자냐는 말에 대한.
늘 고요하고, 조용하기만 해서 다들 무서워해 아무도 없었던 소의 곁으로,
고려에만 뜨는 별이 성큼성큼 더 다가와.
그리고 소는 자꾸만 기대가 돼.
수와의 만남이, 앞으로 있을 수와의 일들이, 수와의 대화가.
소 자신은 모르는 마음 속의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지.
물 한방울, 한방울이 결국 단단한 바위를 부수듯
소의 마음에도 자꾸만 따뜻한 수의 마음이 툭툭 떨어져서 틈을 만들고,
단단하게만 있던 마음을 비집고 들어가고 있는 것을
제일 잘 보여준 장면이었던 것 같아.
나도 소처럼, 두 사람의 만남이 너무 기대가 된다.
2016-09-14 16:01:32
작성한 글을 옮겨왔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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